나 홀로 씽크패드+우분투로 개발하기 - 1. 왜 씽크패드 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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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홀로 씽크패드+우분투로 개발하기 - 1. 왜 씽크패드 써요?

맥북이 허세의 상징에서 개발자의 상징으로 바뀐 지 좀 됐다. 현업자들은 물론이고 주변에 개발 좀 한다는 학부생들 보면 다들 맥북을 들고 다니고 있으니 말이다.

“왜 다들 맥을 써요?”

그야 맥OS가 개발자들에겐 천국과 같은 환경이기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한 십년쯤 전 맥빠들이 주창하던 윈도우의 단점인 바이러스, 안정성, 지저분한 레지스트리 등… 은 버전업을 거듭하며 많이 극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 한정으론 리눅스나 맥OS 같은 유닉스 계열이 윈도우보다 우월한 게 개발툴 설치나 관리에 있어서 훨씬 편하며, 특히 리눅스 서버를 다뤄야 하는 분야의 경우 넘사벽이기 떄문이다.

“그럼 그냥 지금 쓰고 있는 노트북에 리눅스를 깔면 되잖아요?”

아무래도 데스크탑 리눅스는 드라이버 호환 등의 말썽도 있고, 유지관리도 까다롭고 하니…
하지만 그것만 극복한다면 나머지는 다 맥의 장점이랑 똑같다. …그냥 재미로 써봤던 리눅스가 이럴때 도움이 되는구나 싶었다. 하긴 토발즈씨도 리눅스를 재미로 만들었댔지.
나는 씽크패드에 우분투를 깔고 개발환경을 꾸려 개발 중이다. X1 카본 5세대 모델로, 신품가로 치면 동일사양 맥북 프로 값에 육박하는 모델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럼 맥북을 사지 굳이 왜? 라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데… 잠시 남의 맥북프로 빌려도 써 보고 내린 결론이다.

1. 무게가 무겁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13인치 맥북 프로가 1.37kg 정도인데 X1 카본은 1.13kg 정도. 수치상으로 크게 차이 안 나보일 수도 있지만 직접 들어보면 꽤나 차이가 있다.

2. 막 들고 다니기엔 너무 여린 맥북
맥북의 알루미늄 바디는 스크래치엔 강한 편이지만 찍힘에는 약하다. 특히 날카로운 모서리는 씽크패드 굴리듯이 막 굴렸다간 몇 달 안 지나서 이빨이 나가게(?) 될 것이다. 실제로 세 달 전에 사서 책상 위에 얌전히 올려둔 18년식 맥미니가 벌써 찍힘이 두어개 생겼으니… 알루미늄 특유의 차가운 느낌도 맘에 안 들고.

3. 그냥 맨바닥을 치는 듯한 키감
맥북프로의 버터플라이 키보드는 이미 욕을 많이 먹고 있다. 2018년식을 직접 만져보니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는데, 문제는 소음이 굉장히 심한 편이라 씽크패드 쪽이 내가 쓰기에도 주변에서 듣기에도 더 나은 키보드임이 분명하다.

4. 터치패드가 어색해!
5년 가까이 씽크패드만 썼더니 터치패드를 쓰기 위해 검지 손가락을 움직이는 그 짧은 시간이 너무 지루하게 느껴진다. 무릎 위에 놓고 쓰기에도 불편하고. 아, 맥북은 180도 힌지 개방도 안 된다.

5. LTE 지원
씽크패드는 LTE 모듈 옵션을 달면 LTE를 사용 가능하다. 즉 데이터 요금제 유심을 끼면 와이파이 없이도 인터넷이 되는 것. 요즘 통신사마다 함께쓰기 요금제 있으니 개통해서 꽂으면 공짜로 스마트폰 데이터 나눠쓰기 가능. 폰 핫스팟 켜셔 쓰면 배터리도 빨리 닳고 자주 끊겨서 불편한데 LTE 모듈로 고민 한방에 해결했다. 이 편리함을 맥북으로 옮김으로써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물론 그냥 맥북 쓰는 것에 비해서 감수해야 할 단점도 많다.

1. 그래픽 성능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 찢어진다고, 레티나 디스플레이 흉내내보겠다고 QHD 액정으로 뽑았더니 인텔 내장그래픽이 버거워한다. 맥북프로는 인텔 내장이라도 iris pro가 들어가니 당연히 윈도우 울트라북과는 급이 다르다.

2. 터치패드 제스쳐와 탄탄한 기본앱들, 아이폰 연동
UX에 있어서는 당연히 그놈 데스크탑은 맥OS를 따라갈 수가 없다. 터치패드 제스쳐는 fusuma로 흉내낸다 쳐도, 다른 여러 복잡한 제스쳐들은 구현하기가 힘들다. 그놈 데스크탑에서 다양한 단축키 옵션을 제공하는 게 그나마 위안일까.
일정/메일 앱은 맥OS 쪽이 진짜 잘 만들었다. 리눅스용 앱인 에볼루션은 옛날 아웃룩을 생각나게 하는 충격적으로 느린 동기화 속도에 가끔 인증 에러도 뜨니…

3. 버그, 버그, 버그!
근래들어 특히 우분투 버그가 심해진 듯 하다. 심할 때는 몇 시간마다 쉘을 재시작하거나 아예 재부팅해야 할 때도 있었는데, 그나마 요즘은 좀 나아진듯.

4. 카카오톡 안됨
국내에서는 상당히 큰 문제다. 거의 전국민이 카톡을 쓰는데…
wine으로 구동은 가능하나 버그가 좀 있고, 대용량 사진열람/첨부가 불가능하다.

하드웨어 점수에서 압승한 씽크패드로 당분간 쪽~ 유지할 예정.
그래도 아쉬울까봐 데탑은 맥미니로 바꿨지롱.

This post is licensed under CC BY 4.0 by the aut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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