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코로나19 사태로 수많은 IT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선언했다.
그리고 역시 우아한테크코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로또 1주차 미션이 끝나고 한가로웠던 2월 24일, 슬랙의 공지사항에 캡틴 포비의 글이 하나 올라왔다.
**@channel** 안녕하세요.
현재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긴급하게 공지할 내용이 있어 메시지 남겨요.
내일 오전은 반드시 10시까지 오지 않아도 괜찮아요.
혼잡한 출근 시간을 피해 11시까지 오면 좋겠어요.
향후 교육 과정에 대해 11시에 공유하는 시간을 가질께요.
11시도 부담이 되면 좀 늦게 출근한 후 다른 크루들에게 해당 내용 공유 받아도 되요.
향후 교육 일정에 대해서는 내일 다시 공지할께요.
이 또한 지나갈 겁니다.
그리고 25일의 공지는 예상대로 2주간의 재택 학습을 시작한다는 공지였다. 우아한형제들이 2주간의 재택근무를 시작하면서 벌어진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크루들 모두가 아쉬워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공부 리듬이 끊기는 것을 걱정하고 재택 기간 동안 따로 스터디를 모집하길 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2주간의 휴식 전 마지막 오후가 된 그날, 공지사항을 전한 뒤 집에 가도 좋다고 했건만 대부분의 크루들이 저녁 때까지 루터회관에 남아 있었다. 나는 조금 일찍 나왔지만, 집에 가는 대신 해방촌에 사는 선배를 찾아가 같이 술잔을 기울였다.
우아한테크캠프 출신으로 역시 포비에게 배운 바 있고, 이제 번듯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선배는 오랜만에 만난 나를 반겨주었다. 나한테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고, 같이 푸념도 하고, 간만의 허물없는 대화로 스트레스를 풀면서 밤이 깊어갔다.
비틀거리는 선배를 집에 배웅해주고 거의 막차를 타고 집에 돌아갔다.
분명 다음 날부터 열심히 해야지 다짐했는데, 이유 모를 열이 나서 하루 종일 누워 있게 되었다. 설마 코로나에 걸린건가? 싶었지만, 다행히 감기약을 먹고 그 다음날 완전히 나았다. 바뀐 환경은 역시 적응하기 어려웠다. 내 방이 단열 공사가 잘 되어 있지 않아서 엄청 추웠다. 거실에 노트북을 들고 나가서 소파에 앉아 코딩을 했다. 책을 둘 자리가 없었다.
결국 로또 2주차 미션을 51명중 꼴찌로 제출하게 되었다. 첫 주의 불타는 열정은 어디가고 미션만 따라가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다.
다행히 책은 좀 많이 읽긴 했지만. 빌려온 책들은 가볍게 읽기 좋은 것들은 침대에 기대어 봤고 필요한 것만 메모해 두었다. 이펙티브 자바를 샀는데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고 마냥 따라했던 컨벤션과 구현 방법들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들어 있어서 좋았다. 그 설명을 100% 이해하려면 아직 먼 것 같지만…
빨리 루터회관에 다시 모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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