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EZ2DJ라는 국산 리듬 게임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비트매니아’의 아류작으로 시작한 이 게임은 1999년 출시되어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비트매니아와는 다른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해왔다. 2000년대 초반 비트매니아를 만든 코나미와의 소송전에 휘말리고 수억의 배상금과 함께 더 이상의 신작 발매가 금지되지만, 팬들과 제작사는 EZ2DJ의 종말을 ‘거부’했다. 기체의 사양 업그레이드도 하지 못하고 수많은 버그에도 불구하고 매년 신곡 업데이트만 반복되던 EZ2DJ는 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마침내 화려한 부활을 꿈꾸며 EZ2AC란 이름으로 다시 일어서게 되었다. 또 다른 이야기는 IBM, 이제는 레노버의 노트북 컴퓨터 브랜드인 씽크패드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때 사무용 노트북으로 각광을 받았던 씽크패드는 2005년 브랜드와 개발팀인 야마토 연구소가 레노버에 인수되면서 중요한 전환기를 맞는다. 씽크패드의 미래를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터무니없이 비쌌던 기존 씽크패드의 가격이 떨어진 것을 환영하는 이들도 있었다. 우려대로 씽크패드의 전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레노버 인수 10주년을 맞는 올해의 씽크패드 모델들은 트랙포인트가 달렸을 뿐 레노버 자체 브랜드 모델들과 별 다를 바 없다. 거기에 백도어 논란까지 추가되어 레노버의 씽크패드는 이미 기업용 랩탑 시장에서 주도권을 완전히 잃었다. 둘 다 잘 만들어진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어느 한 쪽은 모든 조건이 불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재기하여 많은 사랑을 받는 반면, 다른 한 쪽은 과거의 영광에도 불구하고 골동품 신세가 되어 버렸다. 결국 클래식에 대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핵심’이 변하지 않는 것이다. EZ2AC 제작진들은 아예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 대신 여전히 사랑받는 클래식인 EZ2DJ를 계승했다. 씽크패드 사업을 인수한 레노버는 단순히 씽크패드의 명성을 이용하기만을 원했기에 전통을 버리고 유행에 따르기에만 급급했다. ? 다행히 레노버도 뒤늦게 이런 실수를 인정한 것 같다. 최근 레트로 씽크패드 계획이 각종 설문조사와 함께 수면 위로 올라왔다. 1~2년 후에는 초심으로 돌아온 씽크패드를 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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