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좋게 구하게 된 하이텔 단말기. 하이텔 단말기가 무엇이냐… 하면 1992년부터 한국통신 (지금의 KT) 에서 유상 대여했으며, 94년부터 무상대여로 바뀐 PC통신 전용 단말기이다. 93년식인 이 단말기는 나보다 나이가 많다. PC통신의 시대는 저물었는데, 이 골동품으로 뭘 한다는 거냐? 하면… 하이텔 단말기에는 시리얼 포트가 있는데, 이걸 이용하여 UNIX 계열 컴퓨터의 시리얼 콘솔로 이용이 가능하다. 즉 골동품으로서 전시만 하는 게 아니라 90년대 브라운관 모니터와 키보드로 최신형 PC의 터미널 환경을 실행하여 실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이텔 단말기의 경우 한글 입/출력이 된다는 증언까지 있다! 이런 거 말이다. -라고 생각하고 구해온 하이텔 단말기는 생각만큼 보존상태가 좋지는 못했다. 첫날엔 그래도 가끔씩 모니터도 제대로 들어오고, 기판에도 이상 없었는데… 오늘 보니 기판까지 ?-10233 에러를 내며 뻗어 버렸다ㅡㅡ 열어서 내부를 살펴보니 보관을 어떻게 했는지 내부 기판 쉴드는 녹슬어 있고… USB-시리얼 케이블이 오늘 도착했기 때문에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시작도 못 해보고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화면과 기판이 고장난 삼성제 하이텔 단말기 본체 뿐. 골동품이라 아깝긴 하지만, 이걸로 케이스 개조를 해 보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요즘 왠진 몰라도 오래된 IT 기기들에 관심이 간다. 실사용까지 가능한 시리얼 터미널이 특히 땡긴다. 언젠가는 망한 볼링장에서라도 뜯어오고 말리라.
Comments powered by Disqus.